오늘은 쿠니코 카토(Kuniko Kato)가 세계적인 주자로 인정받게 된 음반이자 현대음악의 명반 “Kuniko Plays Reigh”를 소개합니다.
쿠니코 카토(Kuniko Kato)는 전설적인 마림바 주자 케이코 아베(Keiko Abe)를 사사한 세계 정상급 타악기 주자인데요.
수록곡도 연주도 참 듣기 좋아, 현대음악을 다소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도 이질감 없이 쉽게 좋아 하실 수 있는 음반입니다.
참고로, 마림바(Marimba)는 아프리카에서 기원이며 큰 실로폰처럼 생겼는데요.
각기 다른 음정을 가진 나무 판을 쳐 소리를 내는 악기입니다.
아무래도 나무판을 두드려 소리를 내므로 실로폰의 명징한 울림에 비해 부드러우면서 고역이 롤오프된 따듯하고 인간적인 음색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쿠니코 카토(Kuniko Kato) – Kuniko Plays Reigh (Linn Records, 2011)
이 음반은 영국의 하이엔드 오디오 회사이자 고음질 음반 제작사로 유명한 LiNN Records에서 발매되었는데요.
현대음악의 주요 시류 중 하나인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대표적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Steve Reigh)의 “Electric Counterpoint”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Electric Counterpoint”는 원래 기타를 위해 작곡된 작품인데요.
놀랍게도 쿠니코 카토는 직접 이 작품 전체를 타악기(마림바)로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해 연주했습니다.
Kuniko Plays Reigh 음반이 발매 된 계기
쿠니코 카토는 2009년 도쿄에서
이때 연주했던 작품 중 스티브 라이히의 “Electric Counterpoint”가 있었는데, 그는 당시 이 작품을 스틸 펜, 마림바, 바이브라폰 버전으로 편곡해 연주했습니다.
이 라이브 퍼포먼스는 일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한정판 음반으로 발매되었고, 이후 여러 나라에 초청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퍼포먼스에서 스티브 라이히 작품만 새롭게 레코딩한 것이 바로 이 음반입니다.
▼ Steel Drum Works Part 1 – Electric Counterpoint 2
[영상=유튜브]
Kuniko plays Reich, 베스트 셀러 음반이 되다
Kuniko plays Reich는 영국에서 2011년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현재 현대음악의 명반으로 꼽힙니다.
이 음반이 나오기 전 쿠니코 카토는 공연도 많이 했고, 음반들도 출시했는데요.
퍼포먼스로는 유명했지만 음반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일본 공연 실황 음반 두 장 정도가 일본 내에서 발매 당일 매진되긴 했지만요.
그러다 이 음반이 출시되었는데,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현대음악을 다룬 음반은 상대적으로 그 수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연을 누가 하는가가 상당히 중요한데, 일단 어떤 작품이 음반으로 발매되면 그것이 일종의 표준(?)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티브 라이히(Steve Reigh) 작품은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텐데요.
그의 작품에는 타악기가 자주 사용됩니다.
그 타악기 비중이 큰 라이히 작품들은 이미 제임스 프레이스나 루스 하텐베르게르, 글렌 발레츠 등의 기라성 같은 주자들에 의해 ECM 등에서 음반이 다 나왔습니다.
대부분 현대음악의 명반으로 꼽히죠.
이 음반에 수록된 “Electric Counterpoint”는 현대음악 분야에서 마니아층이 있는 마이너 레이블 “Nonesuch”에서 88년 발매 음반이 손꼽힙니다.
현대음악의 장인들(?)인 크로노스 쿼텟(Kronos Quartet)이
이 작품들을 논할 때 이견 없이 언급되는 명반이죠.
이 음반으로 스티브 라이히는 96년 그래미 현대음악 작곡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크로노스 쿼텟과 펫 메시니 연주가 그렇게 유명했음에도 쿠니코 카토의 음반이 훨씬 많은 판매고를 올리며 전세계 현대음악 애호가를 사로잡았습니다.
편곡 작품이 원곡보다 낫기도 어려운데, 팻 메시니나 크로노스 쿼텟의 인기까지 고려해보면 참 대단한 일입니다.
게다가 크로노스 쿼텟과 팻 메시니 음반은 스티브 라이히의 60세 생일을 맞아 1965년에서 1995년까지 그의 대표작과 신작을 모아 출시한
즉, 무명의 참고서가 국정 교과서를 앞도한(?) 사건이죠^^*
이 음반을 접하게 된 계기
예전에 린 라디오(린에서 하는 고음질 인터넷 음악방송)에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자사 음반에서 좋은 곡들 추린 샘플러 파일을 무료로 보내줬습니다.
당시 “Christmas Gift”라고 한 사람당 24개까지 신청이 가능했습니다.
Linn이라는 회사는 하이엔드 오디오 제작사로 출발한 곳이라 음질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전 매년 신청했었는데요^^*
2013년 배포된 파일 중 이 음반의 3번 트랙 “Electric Counterpoint Version for Percussion – Movement III Fast”가 있었습니다.
스티브 라이히의 이 작품은 다른 음반으로 많이 들어서 곡이 낯설지도 않았는데, 아직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음악이 탄생한 느낌이었습니다.
당시에 별생각 없이 플레이했다가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마림바가 독주 악기로 사용된 음반은 전 그때 처음 들었는데요, 그 악기의 새로운 느낌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쿠니코의 편곡과 연주가 이 작품의 가치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 Kuniko Plays Reich / Electric Counterpoint: Movement III (Fast)
작곡가로 나서도 크게 되실 분
참고로, 카운터포인트(Counterpoint)란 대위 즉, 둘 이상의 선율이 조화를 이루며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펫메시니 연주에서도 전자기타와 키보드가 대위를 이루며 진행되고요.
이러한 대위를 쿠니코는 스틸 펜, 바이브라폰, 마림바(Steel pan, Vibraphone, Marimba)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연주를 너무 잘해서 그렇지 작곡가로 나가도 크게 되실 분 같습니다^^*
놀라운 아티스트입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음반을 녹음하는 과정에 스티브 라이히의 자문도 있었다는데요.
쿠니코의 다른 편곡 작품들로 미루어볼때, 작품의 원작자인 스티브 라이히의 조언은 그리 큰 역할을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스티브 라이히 작품이 아니어도 쿠니코가 편곡한 작품들은 아주 독특한 쿠니코만의 울림으로 가득하니까요.
쿠니코가 스티브 라이히의 기존 작품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표현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Kuniko Plays Reich 음반 이야기를 마치면서
쿠니코의 연주는 어떤 음반을 들어봐도 매우 정교하면서도 아주 독특한 에너지감이 느껴지는데요.
그러면서도 자칫 열정이 과해질 수 있는 작품에서도 안정감이 돗보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악기인 타악기.
쿠니코 카토는 탄탄한 이론과 연주 실력을 바탕으로 현대음악에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 음반을 들으면서 글을 적고 있는데요.
언제 들어봐도 참 놀라운 음반입니다.
추천영상
▼ Steve Reich Six Marimbas Counterpoint by Kuniko
▼ Vermont Counterpoint Version for Vibraphone by Kuniko
[영상=YouTube]
▣ 음반링크 ▣
Kuniko Plays Reigh – Linn Record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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