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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니코 카토(Kuniko Kato) – 마림바를 재평가시킨 정상의 타악기 주자

사진=kuniko-kat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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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니코 카토(Kuniko Kato)는 전설적인 마림바 주자이자 작곡가인 케이코 아베(Keiko Abe, 1937~)를 사사한 세계적인 마림바 연주자입니다.
쿠니코 카토는 현대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나 현대음악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반드시 경험해보셔야 할 아티스트인 것 같은데요.
단지 뛰어난 연주 기량 같은 연주자로서의 보편적 특징 때문 만은 아닙니다.
예술가로서 그가 보여주고 있는 대단히 창의적인 시도 그리고 기존 작품들에 대한 놀랍고 새로운 해석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쿠니코 카토가 등장하기 전까지 마림바는 클래식에서 독주 악기로는 제대로 대접 받지 못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럼 마림바를 클래식 음악에 등판시킨 세계 정상의 타악기 주자 쿠니코 카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쿠니코 카토(Kuniko Kato),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다

쿠니코는 도쿄의 <토호 가쿠엔 음악학교(Toho Gakuen School of Music in Tokyo)>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 학교에서 그는 전설적인 마림바주자이자 작곡가인 케이코 아베로부터 연주 기량을 전수 받았고 음악적으로는 작곡가 아키라 미요시(Akira Miyoshi, 1933~)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마림바 주자 케이코 아베(Keiko Abe, 1937~)
쿠니코 카토에 큰 영향을 준 전설적 마림바 주자 케이코 아베(Keiko Abe, 1937~)
사진=lagenda.org
작곡가 아리카 미요시(Akira Miyoshi, 1933~)
쿠니코 카토의 음악적 해석에 큰 영향을 준 작곡가 아리카 미요시(Akira Miyoshi, 1933~)
사진=kunuko-kato.net

네덜란드로 건너간 쿠니코 카토

졸업 후 네덜란드로 간 쿠니코는 노트르담 음악학교(Rotterdam Conservatorium in the Netherlands)에서 로버트 반 시시히(Robert Van Sice)를 사사했습니다.
그리고 노트르담 음악학교도 수석으로 졸업했는데요.
그 학교가 생긴 이래 타악기 주자가 수석을 차지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노트르담 음악학교(Rotterdam Conservatorium in the Netherlands)
노트르담 음악학교(Rotterdam Conservatorium in the Netherlands)
사진=Wikipedia.com

이후 쿠니코는 10년 이상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합니다.
당시에도 전문가들로부터 <흠잡을 데 없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96~97년 런던에서 제임스 우드(James Woods, 1947~) 작품을 공연했는데, 그 공연이 영국 BBC에서 극찬을 받으면서 클래식 대중들에게도 점차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인연으로 99년 제임스 우드 작품을 연주한 그의 첫 음반 < To The Earth >를 발표합니다.

쿠니코 카토(Kuniko Kato), 최고의 마림바 연주자, 최고의 타악기 연주자
쿠니코 카토의 첫 앨범 To The Earth (Alacarte Compagnie, 1999)
Iannis Xenakis, Yoichi Sugiyama, Franco Donatoni, Joseph Schwantner, Frederic Rzewski 작품 수록
사진=rateyourmusic.com

이 시기까지 쿠니코 카토는 비록 좋은 평가는 많이 받았으나 “이 사람은 이거다”하는 특징이 좀 부족했습니다.
아니 특징이 부족했다기보다는 대표작이 없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네요.

참고로, 피아노나 바이올린, 첼로..등 인기 있는 악기와 달리 마림바 같은 비주류 악기들은 유명한 콘테스트도 많지 않고 전문가들이나 업계에서의 인지도가 높아도 대중적 지명도를 얻기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런 비유가 어울릴지 모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명했으나 < Owner of a lonely heart >라는 대중적 히트곡이 나오기 전까지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프로그레시브 락 그룹 Yes의 초창기와 비슷했습니다.
아무튼 쿠니코는 영국을 위시한 유럽에서는 전문가들로부터 이름이 알려졌고, 다양한 연주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쿠니코 카토, 죽었던 음악을 살려내다

그러던 2006년 도쿄 오페라시티에서 일본 작곡가 토루 타케미추(Toru Takemitsu, 1930~1996) 메모리얼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여기서 쿠니코는 토루 타케미추의 카시오페이아 콘체르토(Cassiopeia Concerto)를 솔로 마림바로 완전히 재 해석했는데요.
애호가들은 열광했습니다.
비록 일본 작곡가의 작품이기는 해도 쿠니코가 연주하기 전까지 완전히 잊혔던 작품이었던 것을 쿠니코가 완전히 새롭게 살려낸 것입니다.
멘델스존이 바흐의 마테수난곡을 살려냈듯 말이죠.
이 콘서트의 라이브 음반은 일본에서 한정판 CD로 발매되었는데 발매 당일 품절되었습니다.

쿠니코 카토의 예술적 시도 < Steel Drum Works >

2009년 3월 토코 라이브 공연에서 쿠니코는 독특하면서도 창의적이고 신선한 예술적 시도를 하게 되는데요.
< Steel Drum Works >로 명명된 이 퍼포먼스는 일본에서 한정판 음반으로 발매되었고, 역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큐니코 카토 Steel Drum Works
Sound Space Experiment – Steel Drum Works (2010)

그의 퍼포먼스는 점차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는데요,
캐나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포트투갈 심지어 콩고와 남아프리카까지 초대되며 쿠니코 카토는 점차 명성을 얻어갑니다.

현대음악의 명반 < Kuniko Plays Reigh > 탄생하다

그렇게 인기를 더해가던 2011년, 그는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 1936~) 작품을 스틸드럼, 마림바, 비브라폰으로 편곡 연주한 를 발표합니다.
앨범은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 회사이자 레코드사인 린(LiNN)에서 발매되었습니다.
음반은 그 해(2011년) 영국 클래식 챠트에서 베스트셀러 음반이 됩니다.

쿠니코 카토(Kuniko Kato), 최고의 마림바 연주자, 최고의 타악기 연주자
현대음악의 명반 Kuniko Plays Reigh (Linn Records, 2011)

인기에 힘입어 이듬해에는 퍼포먼스 타이틀도 대신 로 바꿔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바르셀로나, 도쿄, 파리, 마드리드, 퀠른 등지를 돌며 월드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뒤 Kuniko – Cantus(2013), Xenakis: IX(2015), Bach: Solo Works for Marimba(2017) 등의 음반을 발표합니다.

쿠니코 카토(Kuniko Kato), 최고의 마림바 연주자, 최고의 타악기 연주자
Kuniko – Cantus (Linn Record, 2013)

마치면서

저도 스티브 라이히나 필립 글래스를 참 좋아하는데요,
쿠니코 카토 같은 뛰어난 주자로 인해 현대음악의 명작들을 마림바라는 새로운 악기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일렉트릭 카운터포인트 같은 작품은 웬만한 주자 연주는 거의 익숙하실텐데요.
그녀의 라이히를 처음 들었던 때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네요.

현대음악 좋아하시는데 아직 쿠니코 카토가 생소하신 분은 Kuniko Plays Reigh와 Kuniko – Cantus 음반은 조심히 권해봅니다.
글 쓰면서 Kuniko Plays Reigh를 듣는데 이 순간도 참 행복하네요^^*

그리고 그의 바흐 음반은 마림바의 울림 때문인지 첼로로 듣는 바흐보다는 아주 유기적이며 극도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바흐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 Bach: Solo Works for Marimba, Linn Record 2017 > 꼭 들어보세요^^*


[주요 수상]

1996 – Kranichsteiner Musikpreis from the Internationales Musikinstitut Darmstadt
1996 – The International Reigh Howard Stevens Marimba competition
2012 – the prestigious 12th Keizo Saji Award by Suntory Arts Foundations (in Kyoto Arts Centre)


쿠니코 카토 추천영상

▼ Kuniko Steel Drum Works Part 1 – Electric Counterpoint 2

▼ Electric Counterpoint: Movement III (Fast)

▼ Arvo Pärt. Cantus. Kuniko Kato

▼ BACH Cello Suite No. 5

[영상=YouTube]


▼ 쿠니코 카토 인터뷰 영상

(유튜브 인터뷰 한국어 번역)
(일본어를 몰라 자동 번역을 올렸는데, 잘못된 부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음을 붙이고 곡을 구성하다 보니 앙상블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소리가 아주 또렷하게 들려서 너무 놀랐다.
갑자기 나는 너무 많은 색상을 볼 수 있었고 사운드의 세부 사항이 수직으로 정렬되었습니다. 우리 타악기 연주자에게 Steve Reich는 진정한 천재입니다.
보통 타악기 연주자들은 기계처럼 매우 정확하게 연주하려고 노력하는데 그의 그루브는 사뭇 다르고 강하며 나에게 많은 감명을 주었다.

얼마 후 Steve Reich의 음악을 내 레퍼토리로 연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카탈로그에는 솔로 작품이 없습니다.
그의 음악을 앙상블로 수백 번 연주했는데… 사람들은 종종 내 플레이 스타일을 비장르, 일종의 무국적이라고 묘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제가 일본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유의 리듬과 에너지를 몸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는데, 제 일본 정신에서 오는 것 같아요.
나는 또한 일본의 Taiko Drums을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연주하며 그 정신이 나에게 적합하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각각의 리듬과 그 리듬이 어떻게 함께 자연스럽게 함께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쿠니코 카토(Kuniko K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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