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음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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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천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사진=WilliahmYoun.com(윤홍천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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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천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좋아하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

윤홍천 연주를 처음 접했던 때

2015년에 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와 헝가리 무곡을 비올라로 연주한 비올라 주자 닐스 뭰케메이어(Nils Monkemeyer) 음반이 있었습니다.
녹음이 잘 된 비올라 소리는 음향이 참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음반에서 전 비올라보다 피아노 소리가 많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음반의 피아노 주자가 윤홍천이었습니다.
개성이 지나치지 않으면서 적당히 힘을 실어 주제를 전개해 나가는 모습에서 연주에 신뢰가 갔고, 고품질 녹음의 가늘지 않은 피아노 선율도 참 듣기 좋았습니다.

윤홍천과 시그넘 쿼텟이 참여한 닐스 몽케마이어의 브람스 음반(Sony Classical, 2015)
윤홍천과 시그넘 쿼텟이 참여한 닐스 몽케마이어의 브람스 음반(Sony Classical, 2015)
사진=Sony Classical

윤홍천의 모차르트 연주를 엿볼 수 있었던 음반 “Mozart with Friends”

이듬해인 2016년 윤홍천과 닐스 몽케마이어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Julia Fischer), 플륫 주자 자비네 마이어(Sabine Meyer)가 함께한 “Mozart with Friend”라는 음반이 발매되었는데 이 음반도 참 좋았습니다.

https://www.musiclife.kr/wp-content/uploads/2017/02/Nils-Monkemeyer-Mozart-with-Friends-2016.jpg
Mozart with Friend (Sony Classical, 2015)
사진=Sony Classical

모차르트 작품에는 오직 천재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드라마틱한 악상 변화들이 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느닷없이 변화하는.. 그러나 아주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감정의 기복.
모차르트 주자는 그러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연주 역량으로 담아내야 하는데요.
그래서 짧은 소품 하나도 쉬운 게 없고 모든 작품에 긴장감이 팽팽합니다.

음반의 12번 트랙에 수록된 짧은 건반 독주 작품, “F장조에서 E단조로의 변조 서곡(Modulating Prelude in F Major/E Minor)”…
이 트랙은 K(V).624a의 미니어처 버전(?)이라 보시면 되는데요.
정말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모차르트 음반은 흔하지만 이 작품이 수록된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현존 주자로는 아넷 토플이나 맨너브니 연주 등이 있지만 왜 그런지 심리스 하기보다 다들 좀 경직된듯한 느낌이 들었고요.
개인적으로 2017년 사망한 골드스톤이나 비극으로 삶을 마쳤던 어떤 피아노 주자 연주를 좋아합니다.

아무튼 이 음반에서 그 짧은 윤홍천의 모차르트 독주가 제게는 참 인상 깊었습니다.
감정 기복이 큰 작품임에도 서두름이나 초조함 없이 아주 섬세하면서도 매끄럽게 그리고 인간적인 느낌이 좋았습니다.

현대음악은 물론이고 클래시컬에서도 작품은 좋지만 들을 만한 음반이 많지 않은 경우가 꽤 있습니다.
특별히 주목받지 못하던 작품도 어떤 주자가 연주를 잘하면 느지막이(?) 인기를 얻기도 하고요.
윤홍천의 연주를 들으며 “아직 624번은 작품의 예술성과 가치에 비해 제대로 된 연주가 나오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윤홍천(William Youn)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이후 관심을 갖고 그의 음반을 들어봤는데요.
음반으로서 윤홍천이 유럽에서 인지도를 얻게 된 계기는 쇼팽, 슈만, 볼프를 커플링한 그의 두 번째 음반 “Chopin, Schumann, Wolf (ARS Produktion, 2010)”이라 할 수 있습니다.

Williahm Youn - Chopin, Schumann, Wolf (ARS Produktion, 2010)
윤홍천의 이름을 알렸던 그의 두 번째 음반 Chopin, Schumann, Wolf (ARS Produktion, 2010)
사진=ARS Produktion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윤홍천 연주의 백미는 현재까지 모차르트 소나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전의 두 음반보다 한층 성숙해진 연주 뿐 아니라 좀 더 인간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듣고 싶은 작품이 가끔 바뀌기 때문에 독주나 소편성 정도는 컴필레이션 음반보다 좋아하는 주자의 전집으로 듣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집은 보통 피레스나 클라우스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라모폰에서 발매된 에센바흐 전집을 가장 좋아합니다.
좀 웃긴 습관인데, 좋아하는 음반은 개봉해서 듣는 것 외에 노오픈 소장용으로 한 세트를 더 구해 보관합니다.

에센바흐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집(Deutsche Grammophon, 1967/1971)
에센바흐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집(Deutsche Grammophon, 1967/1971)

윤홍천의 모차르트는 어느 악장 어느 소절을 들어봐도 열기가 가득합니다.
그러면서도 참 신중하고 인간적인 느낌이 듭니다.

아직은 윤홍천의 모차르트 피소가 전집이 다 발매되지 않았는데요.
나중에 전집이 되면 미개봉으로도 한 세트 갖고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음반이라는 게 구해 놓고 듣지 않으면 참 애물단지입니다.

그래서 전 윤홍천의 모차르트 음반을 다른 이에게 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열정이 가득한 그의 음반이 누군가의 CD 장에 꽂히는 순간,

다른 주자의 음반들이 한순간에 빛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윤홍천(William Youn, 1981~) 음반 영상

▼ “Mozart with Friend” 음반 중 윤홍천이 연주하는 Modulating Prelude in F Major/E Minor

▼ 윤홍천의 Mozart Vol.1 음반 중 Piano Sonata No. 8 in A Minor, KV 310

[ 영상=YouTu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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