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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킹구루 올라프손 – 필립 글래스 피아노 작품집

사진=deutschegrammop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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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17년 1월 그라모폰에서 더블 LP와 CD로 발매된, “비킹구루 올라프손(VÍKINGUR ÓLAFSSON)의 필립 글래스 피아노 작품집(Philip Glass:Piano Works)” 이야기입니다.

필립 글래스 작품들은 현대음악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레파토리라 아마 웬만한 주자 연주는 다들 익숙하실텐데요.
그래도 혹시 이 음반을 안 들어보셨다면 일청을 권해봅니다.

비킹구르 올라프손, 필립 글래스 피아노 작품집, Vikingur Olafsson Philip Glass
비킹구르 올라프손/필립 글래스 피아노 작품집(Philip Glass Piano Works – Vikingur Olafsson)

필립 글래스의 피아노 에튀드

현대음악 레파토리들이 보통 음반이 그렇게 많지 않지만, 필립 글래스나 스티브 라이히처럼 대중성 있는 작곡가의 작품은 음반이 좀 있는 편입니다.
필립 글래스는 독립적인 피아노 작품이 몇 개 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에튀드는 장기간에 걸쳐 완성된 작품입니다.
그 만큼 피아노 에튀드는 필립 글래스 음악에서 중량감 있는 작품으로, 필립 글래스 자신이 직접 연주한 것부터 디렉션을 맡은 전집까지 적지 않은 음반이 발매되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거다” 할 만큼 독보적인 음반은 또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습니다.
폴리니 없던 시절 쇼팽 에튀드 같은 느낌이라면 비슷할까요?

물론 제로엔 반 빈, 보얀 고리섹 등이 연주한 음반이 손꼽히긴 합니다만 특히 보얀 고리섹 음반은 연주는 좋은데 녹음이 아쉬웠습니다.
고리섹이 작은 공연장에서 스테인웨이 타입 D로 연주했는데 반사음이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미니멀리즘 작품들은 보통 단순한 멜로디가 바리에이션 되며 진행하므로 명료한 녹음이 좋은 것 같은데요.
아마도 사티 연주로 명성을 얻은 주자다 보니 몽환적 분위기 연출을 위해 그렇게 한 것 같기는 합니다.
그의 음반은 연주는 참 좋은데 “너무 풍부한 반사음”이 군더더기처럼 느껴져 주제를 혼탁하게 하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보얀 고리섹(Bojan Gorisek) - 필립 글래스 피아노 에튀드 전집
보얀 고리섹(Bojan Gorisek) – 필립 글래스 피아노 에튀드 전집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비킹구루 올라프손

아이슬렌드에서 유년기를 보낸 비킹구루 올라프손은 줄리아드에서 석박사를 마친 주자로, 박사과정에서 제롬 로웬탈과 로버트 맥도날드 같은 쟁쟁한 피아니스트와 함께 공부했습니다.
음반은 2006년부터 선보였는데, 나름대로 이런 저런 상도 받고 했지만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습니다.
초창기 그리그나 슈만, 바흐, 쇼팽 음반을 발매했지만 세계적으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기존 레이블의 한계를 느끼고, 자신만의 음반을 내놓기 위해 2009년 설립한 Dirrindi 레이블에서 발매된 음반들조차 그러했습니다.

비킹구루 올라프손 바흐/쇼팽 작품집
비킹구루 올라프손 바흐/쇼팽 작품집 – 초기 음반들은 주목 받지 못했다

필립 글래스(Philip Glass)와 협연 후 달라진 비킹구루 올라프손

그러던 중 필립 글래스 예테보리 공연에서 건반 독주를 맡았는데요, 그 뒤로 발표하는 음반들은 그 전과 참 많이 다릅니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필립 글래스와의 만남이 그의 연주에 대단히 큰 영향을 끼쳤던 것 같습니다.
음반에서 이름을 지우고 듣는다면 다른 사람이라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필립글래스(Philip Glass, 1937.1.31~)
필립글래스(Philip Glass, 1937.1.31~)
비킹구르 올라프손, 필립 글래스 피아노 작품집, Vikingur Olafsson Philip Glass
필립 글래스와 협연 후 한층 발전한 올라프손

필립글래스는 “음악은 시카고와 같이, 당신이 생각하려는 어떤 장소처럼 분명한 것입니다.”라 말 한 적이 있습니다.
그의 연주가 그렇게 바뀐 것 같습니다.

이 음반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글래스의 에튀드를 작품번호나 순서와 관계 없이 배열해 새로운 작품처럼 구성시켰다는 점입니다.
필립 글래스 피아노 작품들을 오브제로 하는 제3의 작품집이라 명명해도 좋을 만큼 말이죠.

마치면서

이 작품집은 현재 바흐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비킹구루 올라프손이 유럽 및 영미권 평론가와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인정받은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온 음반입니다.
그리고 에튀드 5번처럼 반주가 포함된 일부 악장은 현대음악을 논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아이슬란드 연주 그룹 “시지 스트링 쿼텟(Siggi String Quartet)”이 맡고 있는데요.
역시 훌륭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아래 유튜브 영상을 링크하지만, 청취 환경이 괜챦으신 분들은 음반 컬렉션을 권하고 싶네요^^*
작품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피아노 조율과 녹음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 작품집은 현대음악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충분히 좋아하실 수 있는 음반입니다.
바타고프, 고리섹, 나메카와, 반빈 등의 동 레파토리 음반 좋아하시는 분들도 꼭 들어봐야 할 것 같고요^^

이 음반은 필립 글래스 작품집을 너머 현대음악을 논할 때 자주 언급되는 역사적인 명반이 될 것 같습니다.

(참, 음반에서는 시지 쿼텟이 음반 [2, 7, 12]번에서 협연했다고 나와 있는데요.
보통 이런 경우는 작품명과 작품번호를 “Opening II, Etude No. 2, Etude No. 5”로 정확히 명시하는데 아마 편의상 그렇게 표기한 듯 합니다^^*)


비킹구르 올라프손 추천영상

▣ 그라모폰 티져 ▼

▣ 오프닝 ▼

▣ 에튀드 5번 ▼

[영상=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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