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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 음악(Renaissance music)

사진=eter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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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 음악을 수록한 음반들을 종종 접합니다.
고음악 음반들이 대세를 이뤘던 지난 30여 년간 활발하게 이뤄진 연구와 더불어 학구적인 연주단체들이 다양한 음반들을 발표한 덕분인데요.
이 시대 음악들은 단조로우면서도 꾸밈 없는 참 인간적인 느낌이 듭니다.
바로크 시대 이후 작품들은 친숙하지만 르네상스 시대 음악음 좀 낫선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오늘은 르네상스 시대 음악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음악(Renaissance: 1450-1600)

르네상스 시대 음악의 발전 배경 = 십자군 전쟁

르네상스는 “다시 태어나다(rebirth)”라는 뜻입니다.
그리스와 로마 시대는 인간 그리고 중세에는 신 그리고 다시 인간으로 눈을 돌린 시기가 바로 르네상스 시대입니다.
이 시대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십자군 전쟁을 꼽을 수 있는데요.
십자군 원정으로 인해 문화는 전파되고 또 흡수되었으며 도시와 상업이 발달하게 됩니다.

특히 십자군 원정을 위해 교단은 막대한 자금을 지출했고 많은 귀족이 십자군 원정대에 합류해 목숨을 잃었는데요.
당시는 그렇게 대가 끊기면 왕이 모든 영토를 가졌습니다.
따라서 막대한 자금을 지출한 교황권은 쇠퇴하고 왕권은 크게 강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귀족들은 전쟁을 통해 많은 자본을 축적합니다.
그렇게 십자군 전쟁은 부와 권력을 재편시켰습니다.
교황권이 약해지며 기독교 중심의 세계관도 흔들렸고 강력한 왕권과 부유한 귀족들은 문화를 발전시킵니다.
신에서 인간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죠.

십자군 전쟁, 십자군의 모습
The Return of the Crusader, 1835 – Karl Lessing
사진=wikimedia.org

르네상스 시대,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하고 셰익스피어가 글을 쓰고 갈릴레오나 코페르니쿠스 같은 학자들은 세계관을 바꿨습니다.
미술에서는 다빈치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이 탄생했고 유화와 원근법 등이 등장하면서 기존 미술과 차원이 다른 명작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렇게 과학이나 다른 예술 분야는 급속히 발전했지만 음악은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더뎠습니다.

하지만 십자군 전쟁 이후 도시와 상업이 발달하다 보니 부는 더 이상 귀족만의 전유물이 아니었습니다.
도시가 발달하고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서 중류층도 점차 연주회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금속활자가 보급되 악보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자 중류층도 리코더, 류트, 기타 등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을 즐겼습니다.
이에 음악은 고등 교육의 한 과정으로까지 인식될 정도로 대중화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음악 특징

르네상스 시대의 많은 예술가들은 기독교 텍스트보다는 로마나 그리스 예술 작품들의 예술성에 더 큰 관심을 두었습니다.
음악에서도 그랬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작곡된 음악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첫째, 음악으로 표현하는 주제의 변화
물론 르네상스 시대 음악은 중세와 마찬가지로 음악의 주류가 종교음악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술의 다른 분야가 “신에서 인간으로” 눈을 돌렸듯, 음악에서도 종교음악 외에 “세속적인” 기악곡, 성악곡 등이 많이 작곡되고 공연되었습니다.
즉, 르네상스 전에는 신을 위한 음악이 주로 작곡되었으나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점차 많은 음악이 사람을 위해 작곡된 것입니다.

둘째, 새로운 음악 형식 등장
르네상스 시대 이전 작품들은 거의 단성음악(Monopoly) 위주였습니다.
단성음악은 선율 즉, 가락이 하나인 곡입니다.
이에 반해 다성음악(Polyphony)은 둘 이상의 선율이 어울려 화음을 만들어내는 음악을 말합니다.
현대 모든 음악 근간이 되는 다성 음악은 물론 그전에도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르네상스를 기점으로 점차 체계가 잡혀 발전하게 됩니다.
이 시대에는 다성 음악 즉 화음을 이루는 곡이 다양하게 작곡되었고 르네상스 후기에 이르러는 화음이 더욱 풍부해지고 불협화음을 사용한 작품도 나타났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악보
르네상스 시대 악보
사진=WikiArt

셋째, 종교음악의 변화
당시 신앙에서 음악은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었으나 일반 성도들이 마땅히 부를 수 있을 만한 노래가 없었습니다.
물론 성가가 있었지만 보통 사람들이 부르기가 어려웠습니다.
또, 구교에서 사용하던 것뿐이라 그것들만 부르게 되면 종교개혁의 의미가 다소 퇴색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었죠.
이에 루터는 종교 개혁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예배 형태를 만들었고, 성가와 평범한 노래의 형태를 복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찬송가를 만들게 됩니다.
그 노래형식이 지금 종교음악의 큰 틀을 이루고 있는 코랄(Choral)입니다.
(참고로, 무교인 필자가 할 말은 아니지만 ㅡㅡ;; 구교에서는 코랄이라는 형식을 승인하지 않았고 루터는 신교에서 그 형식을 승인해서 발전한 것으로 설명하는 책들이 있는데 그것은 사실과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처럼 종교음악에도 새로운 형식이 생겨났습니다.

오래된 코랄(Coral) 악보
오래된 코랄(Choral) 악보
사진=Daily Mail Online

르네상스 시대 대표적 작곡가들

르네상스 시대 음악이 모든 지역에서 비슷하게 발전한 것은 아닙니다.
로마에서는 종교음악이, 베네치아에서는 세속적인 음악이… 뭐 그런 식으로 지역적 특색에 맞게 발전했는데요.
대표적인 작곡가로 르네상스 시대 절정기인 15세기에 활동한 조스캥 데 프레(Josquin des Prez)와 지오바니 팔레스트리나(Giovanni Palestrina)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안드레아 가브리엘리(Andrea Gabrieli), 랏수스 (Or-landus Lassus) 등 훌륭한 작곡가들이 이 시대 음악을 개척했습니다.
이들은 음악사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요.

이중 특히, 오게 캠의 제자인 조스켕 데프레는 대위법(바흐 편에서 설명함)적 기법에 아름다운 선율을 더하고 단조로운 선율 대신 여러 성악 파트를 조화롭게 변화시키는 등 음악의 내용과 형식에서 커다란 혁신을 이뤄냈습니다.
팔레스트리나는 종교음악을 주로 작곡했는데, 그는 르네상스 시대의 아름다운 선율을 종교음악에 완벽하게 결합한 장본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속에 물들지 않고 종교적 정신을 기리는 곡들, 예컨대 모텟(Motets), 미사(Missa), 종교 합창곡들을 수백 편 작곡하여 오늘날에도 팔레스트리나의 곡들은 로마나 프랑스 교회 등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작곡가 조스캥 데 프레 | Josquin des Prez (French:c.1450/1455 – 27 August 1521)
르네상스 시대 작곡가 조스캥 데 프레(Josquin des Prez, French:c.1450/1455 – 27 August 1521)
사진=TheFamouePeople.com

마치면서

르네상스 시대는 음악사적으로 볼 때 “음악이라는 예술이 추구하는 주제와 내용이 변화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음악의 형식도 체계가 잡혀가며 음악이 예술의 한 분야로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시대”입니다.

이시기 작품들은 유명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악보가 많이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학구적인 단체들에 의해 새로운 작품들이 발굴되다시피 연구가 이뤄져 종종 음반으로 나오는데요.
음악을 들어보면, 아직은 작곡이나 연주 기교가 발달하지 않은 시점이라 그런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감성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시대 음악은 기독교 문화의 정점을 찍었던 중세의 종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작품도 많고요.
아직은 세속에 때 뭍지 않은 음악.
르네상스 시대 음악은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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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골레시(Giovanni Battista Pergolesi) – 스타바트 마테르(성모애가/Stabat Mater)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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