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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오디오 케이블 이야기 – ① 가짜 케이블의 등장

가짜 오디오 케이블, 가짜 케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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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케이블 관련 내용을 적다보니 너무 길어져 3부로 나눠 설명드립니다.)

가짜임을 알고 구입하는 것이면 몰라도, 가짜를 진품으로 알고 구입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나중에 처분도 곤란하고 음질도 시원치 않으므로 유의하는게 좋습니다.
오디오 쪽에서 유명한 장터들을 봐도 심심치 않게 올라와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현재도 상당량이 유통되는 듯 합니다.
게다가 이제는 가짜도 대단히 정교해져, 백단위 이상의 고가 케이블들은 전문가도 정품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실제로 지인중 한분이 킴버 3033 스피커 케이블을 300정도(정품이 400만원대) 주고 구입하셨는데 가짜였습니다.
연세가 많으셔서 건강에 해가될까봐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그만큼 이제는 전문가들도 특히 중고장터에서 케이블을 구입할 때 유의해야 합니다.

가짜 오디오 케이블, 가짜 XLO 전원 케이블, 가짜 케이블
가짜 전원 케이블. 전문가도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1. 가짜 케이블 등장 시기

2002년 월드컵 다음 해니까 11년 전(2013년 기준) 일이다.
당시 오디오 동호인들은 하이텔의 하이파이클럽(현재 하이파이클럽과 다른 동호회 형태)이나 멀티미디어 동호회 등에 가입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시기는 하이엔드 오디오 전성기의 말기(?) 정도 였고 특히, 하이파이클럽 동호회는 온·오프라인 활동이 많았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은 주로 선능에 이진성 님이 운영하던 코니셔 클럽에서 이뤄졌는데, 사무실 근처라 점심때 자주 갔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분들 중에는 수익을 위해 동호회 활용을 하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분도 몇 있었습니다.
그중 어떤 기관에 다니면서 정년을 앞둔 분(훗날 오디오 케이블 회사를 운영)이었는데요. 마침 집도 우리 집과 가까워 종종 왕래했습니다.

그분은 부업으로 자작 케이블을 만들어 동호인들에게 판매했고 일이 십만 원 정도 하는 것은 몇 개 구입해 사용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실텍 SQ88B라는 상당히 고가 케이블이 있는데 한번 써보라 해서 빌려왔습니다.
케이블은 당시 1미터 페어에 100만 원을 넘는 것이었고 평도 좋아서 소리만 괜찮으면 구입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쓰던 카다스 골든크로스라는 케이블을 그 케이블로 교체한 순간 소리가 답답해졌습니다.
원래 실텍 케이블은 순은과 순금 합금으로 거의 전 모델이 쿨앤 클리어의 전형적 사운드라 답답한 소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게다가 골든크로스는 질감과 안정감이 좋은 케이블로 그렇게 중고역이 맑은 성향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케이블을 살펴보았는데, 오리지널보다 표피 색이 짙고 더 반짝이는듯한 느낌이 들었고 솔더링 상태도 너무 조악했습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요즘 메이커들이 케이블을 다 중국에서 제작하는데, 실텍 중국 공작에서 케이블만 빼내 판매한 것을 들여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시는 저도 실텍 고급 케이블을 사용해본 적이 없어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아무튼 그 전까지는 그분이 추천하고 대여해주면 그냥 구입했었는데 그건 좀 찜찜해서 반납했습니다.
그때 제가 가짜 케이블을 처음 접했고, 중국에서 벌크 형태로 가짜 케이블이 수입되기 시작했던 시기가 그 무렵이었던것 같습니다.

2. 가짜 케이블의 확산과 진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삼x전기 사장이 가짜 실텍케이블을 수입하고 그 사람과 몇몇 사람들이 자작해서 유통시킨다는…
당시 일부 업자들이 홍콩에서 가짜 케이블을 수입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분 페밀리(?)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유통량이 꽤 되었던 것 같습니다.
동호회 장터에는 실텍 뿐 아니라 오디오퀘스트, XLO등 유명메이커 가짜 케이블들이 판을 쳤습니다.
파는 사람들 말은 한결같았습니다.
“진품 케이블만 수입해서 만든 것입니다.”

언듯 보기에도 진품과 다른 것이 많았음에도 동호회 장터 등에 올라오는 것 보면 잘 팔리는 것 같았습니다.
가격이 저렴해서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가짜 케이블들은 현재와 달리 가격이 꽤 나갔습니다. 보통 진품의 약 50%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즉, 진품 중고가 그정도 가격이기 때문에 그정도 가격으로 올리면 그냥 중고품으로 알고 구입했던 것입니다.
또 가짜 케이블 구입한 분들은 진품을 구경도 못해본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몇 년 가짜 케이블은 날개 돋친 듯 팔렸습니다.
그러던 중 진품 케이블 사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정식 수입원이 항의를 받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쇼x 같은 곳은 회사 차원에서 공지하였고 그러면서 동호인들이 서서히 알게 됩니다.

아래는 당시 하이파이 클럽에 올라온 글들입니다.
참고로, ST-48 G3 케이블은 당시로서는 꽤 지명도 있는 모델이었습니다.
아래의 논쟁이 벌어지기 전에는 국내 오디오 메이커가 가짜 케이블을 수입해 고가에 판매하고 다른 업자들도 가세해 해당 케이블을 유통시켰습니다.

(당시 흥미로왔던 것은, 가짜라는 것이 완전히 판명된 뒤에도 <정품과 비교청취해보니 장단점이 있다. 아주 떨어지지 않는다. 도리어 정품에 비해 장점도 있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유저도 많았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좋게 보면 그냥 인지부조화 상태의 일반 유저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한 편으로는 업체가 관리하는 다른 아이디 혹은 업체와 관련해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들의 뽐뿌글로도 볼 수 있겠죠.
무엇일지는 각자의 판단에 맏깁니다.)

2007년경까지 그 팀 (삼x전기 + 자작 케이블 판매자들)에 의해 중국제 가짜 케이블은 실텍을 시작으로 XLO, 오디오퀘스트, 카다스 등 점차 다양한 메이커의 모델들로 짝퉁의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ㅡㅡ;;


관련 링크

▣ 가짜 실텍 케이블에 대한 정식 수입업체 게시글 >>
▣ 가짜 오디오노트 케이블 사건 >>
▣ 한 업체에서 공동제작을 진행하려 하자 다른 곳에서 동일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 >>
▣ 유저들 반응 1 >>
▣ 유저들 반응 2 >>


▣ 가짜 오디오 케이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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